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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9/12/16 (Wed) 빈 집


방 어딘가에 꽂혀있을 기형도 시집을 찾고 있다. 이 책은 대학 때 사둔 것인데 이상하게도 언제나 찾으면 보이지 않는다. 나는 살면서 주기적으로 머릿 속에 기형도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때마다 "아, 기형도 시집을 찾아서 보아야겠다"라고 생각하고 책장을 꾸무적꾸무적 뒤져보는데 그 때마다 이 책은 나오지 않는다. 참 기이한 일이라고, 오늘도 생각하고 있다. 이번엔 <좋은 이별>이라는 책을 읽다가 기형도의 "빈 집"이라는 시가 등장해 기형도를 떠올리게 되었다.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..라고 시작하는 시다. 검색을 하다 기형도의 "위험한 가계"라는 시와 맞딱뜨렸는데 매력 그 자체다. 이런 시를 쓰려면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노력 이상의 태생적 감수성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. 이 생각이 옳은지는 나도 모른다. 대학 때 선생님께 들었던 기형도의 죽음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게도 느껴졌다. 요절 천재시인을 향한 우리의 동경. 그 날 기형도는 어떤 영화를 봤을까? 좀 더 기형도를 알고 싶은데 매번 기형도 시집은 찾을 수가 없다. 어쩌면 사실 그 책은 내 방에 없는지도 모른다. 이번엔 그냥 서점에 가서 새로 사야겠다. 내가 내일 기형도 시집을 한 권사면 그 인세는 어디로 갈까? 사후 50년이 지나지 않았으니 유족에게? 나는 또 갑자기 밤에 잠 안자고 기형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 책은 어디에 있는걸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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